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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트 자수 표기를 직접 읽으면 2350자와 11172자 선택이 달라진다

글쓴이 · 폰트비
다양한 나무 활자 블록들이 빽빽하게 배열된 모습

폰트 자수 표기를 직접 읽으면 2350자와 11172자 선택이 달라진다

폰트 상세 페이지에는 숫자가 가득하다. "한글 2,350자", "한글 11,172자", 옆에 "라틴 95자", "한자 4,888자", "기호 985자"까지. 폰트 추천 글은 넘치는데 정작 이 숫자들을 해독해주는 곳은 드물다.

제작사가 성의 표시로 붙이는 수치가 아니다. 이 숫자 하나를 제대로 읽으면 어떤 폰트가 내 작업에 쓸 수 있고 어떤 게 못 쓰는지가 바로 보인다. 카탈로그를 스스로 읽는 법을 한 번 익혀두면 그다음부턴 수월하다.

2,350이라는 숫자의 출처

1987년 제정된 KS X 1001 국가 표준 문자 코드가 출발점이다. 당시 컴퓨터 환경에서 한글에 할당할 수 있는 공간이 2,350자가 전부였다. 이론상 현대 한글의 조합은 11,172자에 달하지만, 일상에서 자주 쓰는 음절만 추려 목록을 만든 것이다.

그런데 이 선별 과정에서 묘한 일이 생겼다. 1988년 맞춤법 개정으로 표준어에서 탈락한 '겆', '돐', '뭏' 같은 글자는 목록에 들어갔는데, '겍', '훕', '띡'처럼 있을 법한 글자는 오히려 빠져 있다. '뢔', '쌰', '쎼', '쬬' 같은 받침 없는 글자도 누락됐다. 역사적 선택의 흔적이 그대로 굳어버린 셈이다.

그럼에도 2,350자가 지금도 폰트 스펙에 버젓이 등장하는 건 제작 비용 때문이다. 한글 폰트는 글자 하나하나를 손으로 디자인해야 한다. 2,350자만으로도 일상 문서의 대부분을 커버할 수 있고, 11,172자 대비 공수가 훨씬 적으니 많은 폰트 제작사가 이 기준을 유지해 왔다.

11,172라는 숫자의 출처

유니코드는 1995년 한글 음절 영역을 U+AC00~U+D7A3으로 새로 배정했다. 여기에 들어간 글자 수가 정확히 11,172자인데, 이건 수학적으로 유도된 숫자다.

현대 한글의 초성 19개 × 중성 21개 × 종성 28개(받침 없음 포함) = 11,172. 현대 한글에서 만들 수 있는 모든 음절 조합을 빠짐없이 담은 수치다.

폰트가 11,172자를 "지원한다"고 표기해도 제작 방식은 두 가지로 나뉜다. 2,350자는 직접 디자인하고 나머지 8,822자는 조합 규칙으로 자동 생성하는 방식이 있고, 전부를 직접 디자인하는 방식이 있다. 전자는 자동 생성된 글자에서 미세한 완성도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모든 음절을 표시하는 데는 문제없다.

나눔고딕이 전자 방식이다. 2,350자는 힌팅까지 적용해 완성형으로, 나머지는 조합 규칙으로 처리해 11,172자 전체를 지원한다. 같은 네이버 폰트인 나눔스퀘어는 2,350자만 직접 디자인하고 목록 밖 글자는 공백으로 처리한다. 같은 회사 폰트인데 지원 범위가 다른 것이다.

2,350자 폰트에서 실제로 빠지는 글자들

2,350자 폰트에서 실제로 누락되는 글자들이 있다. 당장 떠오르는 사례만 봐도 생각보다 일상적이다.

  • 설렜다 — '렜'이 KS X 1001 목록에 없어 일부 2,350자 폰트에서 표시가 안 된다
  • 여깄다 / 저깄다 — '깄'이 목록에 빠져 있다
  • — 인터넷에서 자주 보이는 글자지만 KS 완성형에 없다
  • 햏 / 웈 — 마찬가지로 목록에 없다

웹폰트를 경량화 목적으로 2,350자 서브셋으로 만들어 쓰는 경우, 사용자 입력 화면에서 이런 글자들이 깨져 보이는 실제 사례들이 보고되어 있다. 제목·배너처럼 텍스트가 고정된 곳이라면 괜찮지만, 댓글창이나 검색창에 2,350자 서브셋 폰트를 쓰면 특정 글자에서 빈칸이 나타날 수 있다.

한국인 이름 중에도 KS X 1001 목록 밖의 음절을 포함하는 경우가 있고, 외래어 표기에서 나오는 조합—쎄, 쩔, 쬬 등—이 2,350자에 없는 경우도 있다. 굿즈 주문처럼 고객 이름을 받아 인쇄하는 작업이라면 특히 주의가 필요하다.

카탈로그 나머지 항목도 읽을 수 있다

한글 자수 말고 나머지 항목들도 짚어두면 나중에 유용하다.

라틴(Latin) 95자는 영문 대소문자 52자 + 숫자 10자 + 기본 특수문자 33자 정도다. 영문 혼용 문서에서 대부분 문제없다. 라틴 확장(Extended Latin)에는 프랑스어 악상, 독일어 움라우트처럼 유럽어 발음 기호가 들어간다. 국내 폰트에는 없거나 제한적인 경우가 많다.

한자(CJK)는 숫자가 꽤 다르다. 4,888자는 KS X 1001에 포함된 한자 수이고, 20,000자 이상이면 CJK 확장 영역까지 포함한 것이다. 법률·고전 문헌·출판이 아니면 4,888자면 충분하다.

기호(Symbols)·약물은 화살표, 괄호, 수학 기호, 전각 문자 등이 몇 자 포함되는지 나타낸다. 수치가 낮은 폰트는 ①②③ 같은 원 숫자, ™ 같은 상표 기호가 빠질 수 있다. 발표 자료에서 ① ② ③을 자주 쓴다면 이 항목도 확인해두는 게 낫다.

총 글리프(Total Glyphs)는 폰트가 가진 모든 문자 수의 합계로 파일 용량과 대략 비례한다. 한글 11,172자를 담은 TTF 파일은 보통 3~8MB, 한자까지 포함하면 10~20MB를 넘기도 한다. woff2로 압축하면 줄어들지만 영문 전용 폰트(200KB 안팎)에 비하면 몇 배는 크다. 웹 개발자들이 서브셋 최적화를 고민하는 주된 이유다.

자수 스펙으로 용도를 판단하는 기준표

숫자 읽는 법을 알았다면, 이제 내 작업에 맞는 자수를 고르면 된다. 아래 표에서 용도를 먼저 보자.

자수 스펙포함 범위적합한 용도주의할 용도
2,350자 (KS 완성형)KS X 1001 상용 한글만제목용 디스플레이, 사내 문서, 발표 자료, 로고웹서비스, 전자책, 굿즈 인쇄, 영상 자막
11,172자 (유니코드 완성형)현대 한글 모든 조합웹서비스, 앱 UI, 전자책, 영상 자막웹폰트는 파일이 무겁다
11,172자 + 한자 포함한글 전체 + CJK 한자출판·법률·학술 문서, 한자 병기 필요 작업파일 용량 대폭 증가
서브셋 (특정 글자 추출)사이트별 사용 글자만웹 로딩 성능 최우선 서비스, 고정 텍스트만 표시사용자 입력 텍스트 처리 시 깨짐 가능

용도별 한 줄 기준

  • 웹서비스·앱: 11,172자 필수. 사용자가 어떤 글자를 입력할지 예측할 수 없으므로 2,350자 서브셋은 위험하다.
  • 출판·인쇄: 11,172자 이상 권장. 희귀 이름, 전문 용어, 외래어 표기에서 글자가 빠지면 교정 사고로 이어진다.
  • 굿즈(머그컵·포스터 등): 11,172자 권장. 고객 이름·문구를 받아 인쇄할 때 2,350자 폰트는 인쇄 불가 글자가 생길 수 있다.
  • 영상 자막: 11,172자 필수. 방언, 의성어, 유행어, 외래어 표기에 희귀 음절이 자주 등장한다.
  • 제목·로고·사이니지(정해진 텍스트): 2,350자 폰트도 충분하다. 사용할 글자를 미리보기로 확인해두면 된다.
  • 발표 자료·내부 문서: 2,350자로 대부분 커버된다.

폰트비에서 자수 스펙 확인하기

자수 스펙을 읽었다면 미리보기와 함께 쓰는 게 좋다. 특히 2,350자 폰트를 고려한다면 사용할 글자가 실제로 포함되는지 직접 입력해보는 게 가장 확실하다.

폰트비(fontbee.waffle-gl.org)의 폰트 상세 페이지에서는 지원 범위와 사용 범위(인쇄·웹사이트·영상·포장지·임베딩·BI/CI 등)를 함께 볼 수 있다. 라이선스 안내 원문과 @font-face 웹폰트 코드 복사 기능도 있어, 용도에 맞는 폰트를 추릴 때 번거로움을 줄여준다. 검색(/search)이나 AI 폰트 찾기(/find)로 스타일을 좁힌 뒤 상세 페이지에서 자수 스펙을 확인하는 흐름이 효율적이다.

참고자료

  • https://namu.wiki/w/완성형
  • https://librewiki.net/wiki/KS_X_1001
  • https://brunch.co.kr/@font/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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