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트비 블로그
폰트/타이포그래피/디자인

폰트 사용 범위 항목, 이름만 보면 내 케이스가 어디 해당하는지 모르겠더라

글쓴이 · 폰트비
흰 배경 위에 가위와 종이 컷아웃 레터가 놓인 미니멀 데스크

폰트 상세 페이지를 열면 인쇄·웹사이트·영상·포장지·임베딩·BI/CI 같은 항목들이 죽 늘어서 있다. 체크 표시가 되어 있으면 '쓸 수 있다'는 건데, 막상 내 상황에 대입해보면 어디서부터 읽어야 할지 막막하다.

유튜브에 영상을 올리면 영상 항목인지 웹사이트 항목인지, PDF로 저장하면 인쇄인지 임베딩인지, 위탁 인쇄소에 파일을 넘기면 인쇄 항목으로 커버가 되는 건지. 이런 판단이 서지 않는 이유는 항목 이름의 뜻을 정확히 모르기 때문이다. O표가 있다고 다 해결된 게 아니라, 내 케이스가 어느 항목에 해당하는지 스스로 읽어낼 수 있어야 한다.

항목 이름을 읽을 때 기준이 되는 질문이 세 가지 있다. 이 세 개만 알면 대부분의 케이스가 풀린다.

결과물이 실물인가, 파일인가

실물로 나오면 인쇄다. 책, 브로슈어, 포스터, 청첩장처럼 최종 결과물이 종이에 찍힌 인쇄물이면 인쇄 항목이다. 직접 프린터로 뽑든 인쇄소에 파일을 넘겨 위탁하든 마찬가지다. 결과물 형식이 기준이지, 내가 직접 출력하느냐 외주를 주느냐는 라이선스와 무관하다.

포장지 항목은 여기서 갈린다. 실물이지만 판매용 상품과 함께 유통되는 패키지·라벨·박스가 포장지다. 홍보 리플렛이나 브로슈어는 인쇄 항목, 제품 포장박스나 스티커 라벨은 포장지 항목이다. 쇼핑몰 굿즈 포장박스에 폰트를 쓴다면 인쇄 항목이 아니라 포장지 항목을 봐야 한다.

렌더링된 동영상 파일도 여기서 결론이 난다. 자막, 타이틀카드, 오프닝 크레딧처럼 폰트가 녹아든 동영상 파일을 만들면 영상 항목이다. 유튜브에 올리면 웹사이트 항목이라고 헷갈리기 쉬운데, 유튜브라는 서비스가 자체 웹사이트를 운영하는 건 유튜브 측의 얘기다. 크리에이터가 렌더링된 영상 파일을 올리는 행위는 영상 항목이다. SNS 쇼츠, 릴스도 같다.

폰트 파일이 서버나 패키지 안에 들어가는가

웹사이트 항목의 핵심은 폰트 파일 자체가 서버에 올라가 브라우저가 직접 불러오는 구조다. @font-face로 폰트를 서빙하거나 CDN으로 웹폰트를 제공하는 방식이 여기 해당한다. 디자인 툴에서 폰트를 써서 JPG·PNG 이미지로 내보낸 뒤 업로드하는 건 웹사이트 항목이 아니다. 그건 이미지 파일을 올리는 것이고, 폰트 파일이 서버에 오른 게 아니다.

임베딩은 개발자가 아닌 분들한테 특히 생소하다. 앱, 소프트웨어, 전자책처럼 다른 결과물 안에 폰트 파일을 내장한 채 유통하는 경우다. 워드프레스 테마 안에 폰트를 번들로 넣어 배포하거나, 앱 패키지 안에 폰트를 내장하거나, 전자책 파일에 폰트를 심어 배포하는 것이 모두 임베딩이다. 서브셋을 만들어 넣는 것도 포함된다.

정리하면, CDN으로 불러오는 웹폰트는 웹사이트 항목, 앱이나 패키지 안에 폰트 파일이 들어가면 임베딩 항목이다.

PDF는 이 기준에서 두 가지로 나뉜다. 서류·포스터를 단순히 PDF로 저장하는 건 인쇄 항목에 가깝다. 그런데 그 PDF를 앱이나 서비스 안에서 자동 생성해 사용자에게 내려받게 하는 구조라면 임베딩 항목까지 함께 봐야 한다.

브랜드를 대표하는 요소로 쓰는가

BI는 Brand Identity, CI는 Corporate Identity의 줄임말이다. 로고, 심볼, 사명 표기처럼 브랜드를 반복적으로 대표하는 요소에 폰트 서체를 쓰는 경우가 BI/CI 항목이다. 브로슈어 제목에 폰트를 쓰는 건 인쇄 항목이지만, 그 브랜드의 로고 자체를 그 폰트 서체로 만드는 건 BI/CI 항목이다.

로고를 그 폰트로 만들면 브랜드 전체가 그 폰트에 묶인다. 생각보다 무거운 선택이라 상업용 무료 폰트라도 이 항목이 따로 제한돼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OFL(SIL Open Font License 1.1)은 위에서 다룬 거의 모든 용도를 허용하고 BI/CI도 대부분 포함한다. 단 하나, 폰트 파일 자체를 단독으로 판매하는 건 금지한다. 다른 소프트웨어에 번들하거나 수정해서 배포하는 건 허용된다. 다만 OFL이라도 제작사가 추가 조건을 붙이는 경우가 있어서, 라이선스 원문을 직접 읽는 게 안전하다.

OFL 폰트 중엔 "Reserved Font Name" 조항이 붙은 경우도 있다. 이 조항은 폰트를 수정해 재배포할 때 원래 이름을 그대로 쓰면 안 된다는 뜻이다. 파일을 가져다 쓰는 것 자체가 막히는 건 아니고, 수정 배포 시 이름을 바꿔야 한다는 제약이다. 로고에 그대로 쓰거나 웹폰트로 서빙하는 건 이 조항과 무관하다. 단, 수정해서 재배포하는 경우라면 이 조항까지 챙겨야 한다.

세 기준으로 거의 다 풀린다

폰트 파일이 서버에 올라가느냐, 결과물 형식이 실물이냐 파일이냐, 브랜드 대표 요소냐 아니냐. 이 세 개를 쥐면 항목 이름이 달라 보인다.

폰트비 상세 페이지에서는 각 폰트마다 인쇄·웹사이트·영상·포장지·임베딩·BI/CI 항목이 ✓/✗ 표시로 한눈에 나와 있다. OFL 여부와 라이선스 안내 원문도 같은 페이지에서 탭으로 바로 볼 수 있어서, 표시를 확인하고 원문까지 이어 읽는 흐름이 한 페이지에서 된다. 제작사 공식 배포처로 이어지는 링크도 함께 있다.

항목이 '가능'으로 표시돼 있어도 폰트마다 세부 조건이 다를 수 있다. 표시로 방향을 잡은 뒤에는 라이선스 원문 탭을 열어 실제 문구를 읽어보는 걸 권한다. 특히 BI/CI나 임베딩처럼 파급 범위가 큰 용도일수록 더 그렇다.

쓰려는 폰트 하나를 열어 세 가지 기준으로 내 케이스를 대입해보면, 표시 하나로 판단이 선다. "무료 폰트니까 다 괜찮겠지"보다 "이 항목은 어떻게 표시돼 있지"로 접근하는 것, 그게 실수를 막는 출발점이다. 🔍

이 글이 도움이 됐나요?

여러분의 반응이 다음 글의 방향이 돼요

이어서 읽기 좋은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