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소에 파일 넘기기 전 폰트 아웃라인 처리 순서

인쇄소에서 연락이 왔다. "폰트 아웃라인 처리가 안 됐어요." 마감 전날 밤에 이 메시지를 받으면 잠이 확 깬다. 파일을 다시 열고, 처리하고, 다시 보내는 데 또 한두 시간이 사라진다. 처음 인쇄 의뢰를 해보는 거라면 아웃라인이 뭔지, 어디서부터 손대야 하는지부터 막막하다.
아웃라인 처리는 폰트를 벡터 도형으로 굳히는 작업이다. 인쇄소 컴퓨터에 해당 폰트가 없어도, 어떤 환경에서 열어도 내가 만든 모양 그대로 출력되게 고정하는 것이다. 한 글자라도 빠지면 그 부분만 인쇄소 기본 폰트로 대체돼 나온다.
그런데 아웃라인 처리보다 먼저 해야 할 게 있다. 쓰고 있는 폰트가 인쇄 목적 상업 사용을 허가하는지 먼저 확인해야 한다. 이 순서를 바꾸면 처리를 다 끝내놓고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
작업 파일을 열기 전, 폰트 사용 범위부터 확인한다
폰트 사용 허가는 용도별로 따로 나뉜다. 인쇄물 허가, 웹사이트 사용, 영상, 포장지, 임베딩, BI/CI가 각각 독립된 항목이다. "무료 폰트"라고 다운받았어도 상업 인쇄에는 별도 허가가 필요한 경우가 꽤 있고, 반대로 인쇄는 되는데 PDF 임베딩은 안 되는 경우도 있다.
폰트비에서 폰트를 검색하면 각 폰트 상세 페이지에 사용 범위 항목이 한눈에 정리돼 있다. 인쇄·웹사이트·영상·포장지·임베딩·BI/CI·OFL 가능 여부를 탭 하나에서 볼 수 있다. 폰트비는 파일을 직접 배포하지 않고 제작사 공식 배포처로 연결해주는 디렉터리다. 사용 범위의 법적 근거는 제작사 공식 원문이 기준이고, 폰트비는 그 경로를 한 곳에서 찾을 수 있게 해준다.
인쇄 작업이라면 폰트비 사용 범위 탭에서 '인쇄' 항목이 허용인지 먼저 확인한다. 로고나 브랜드 아이덴티티에 쓰는 폰트라면 'BI/CI' 항목도 별도로 체크해야 한다. 같은 폰트라도 인쇄는 허용이고 BI/CI는 별도 계약이 필요한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
원본은 살려두고, 도구에 맞게 아웃라인·임베딩을 건다
사용 범위 확인이 끝나면 실제 파일 처리 단계다. 어떤 도구를 쓰느냐에 따라 방식이 달라진다.
| 도구 | 처리 방식 | 주요 확인 포인트 |
|---|---|---|
| 일러스트레이터(AI) | 텍스트 전체 선택 → [문자 → 윤곽선 만들기] 또는 Shift+Ctrl+O | Ctrl+Y 윤곽선 보기로 누락 확인 |
| 인디자인(InDesign) | Preflight 패널로 누락 폰트 확인 → 해당 텍스트 프레임 선택 후 [문자 → 윤곽선 만들기]로 아웃라인 변환 → PDF 내보내기 | Preflight 패널 빨간 경고 없는지 |
| 파워포인트(PPT) | 아웃라인 기능 없음 → [파일 → 옵션 → 저장]에서 '파일의 글꼴 포함' 체크 후 PDF 내보내기로 글꼴 정보 유지 | 해상도 고화질(330ppi 이상) 설정 |
일러스트레이터는 처리 전에 원본 파일을 다른 이름으로 저장해두는 게 기본이다. 아웃라인을 걸면 텍스트를 더 이상 편집할 수 없어서, 수정이 필요한 경우를 대비해 원본을 남겨둬야 한다. 처리 후에는 선택 메뉴에서 [오브젝트 → 텍스트 오브젝트]를 클릭하면 아웃라인이 빠진 텍스트만 골라서 선택해준다. 빠진 게 없는지 확인하는 가장 빠른 방법이다.
인디자인은 PDF 내보내기 전 Preflight 패널이 핵심이다. 누락 폰트, 해상도 미달 이미지, 끊긴 링크 파일을 목록으로 보여주고 항목을 더블클릭하면 문제 위치로 바로 이동한다. 아웃라인 처리는 해당 텍스트 프레임을 선택한 뒤 [문자 → 윤곽선 만들기]로 직접 변환한다. 인쇄소에 넘기기 전 Preflight 패널에 빨간 경고가 없는 상태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파워포인트는 인쇄소가 AI나 PDF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직접 PDF를 만들어 넘기는 편이 폰트 깨짐 문제를 예방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글꼴 임베딩을 쓸 거라면 PDF 내보내기 전에 [파일 → 옵션 → 저장]에서 '파일의 글꼴 포함'을 먼저 체크해둬야 PDF에도 글꼴 정보가 유지된다. 임베딩을 적용하려면 해당 폰트의 사용 범위에서 임베딩 허가 여부를 반드시 먼저 확인해야 한다.
파일을 보내기 직전, PDF에서 폰트 상태를 읽는다
아웃라인 처리를 마쳤어도 파일을 전송하기 직전 PDF에서 한 번 더 확인하는 게 좋다.
Adobe Acrobat에서 PDF를 열고 [파일 → 속성 → 글꼴] 탭을 보면 해당 PDF에 포함된 폰트 목록이 나온다. 아웃라인으로 처리된 폰트는 이 목록에 나타나지 않는다. 폰트 이름이 목록에 남아 있다면 아웃라인 처리가 적용되지 않았거나 임베딩 방식으로 처리된 것이다. 임베딩 상태라면 '임베디드' 또는 '임베디드 서브세트'로 표시된다.
이때 주의할 점이 하나 있다. 인쇄소에 따라 아웃라인 대신 임베딩 PDF를 받아주는 곳도 있는데, 폰트 사용 범위가 임베딩을 허가하지 않는데 임베딩 상태로 납품하면 라이선스 위반이다. 허가 여부는 폰트비 사용 범위 탭의 '임베딩' 항목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인쇄 허가가 있는 폰트라도 임베딩 허가는 별개 항목이다. 애매하면 아웃라인 처리가 가장 안전하다.
국내에는 PDF를 업로드하면 색상 모드, 해상도, 폰트 임베딩, 재단선 등을 자동으로 분석해주는 온라인 preflight 서비스도 있다. 인쇄 의뢰 전에 이런 도구로 한 번 돌려보면 인쇄소와 수정을 오가는 시간이 줄어든다.
인쇄소 수령 후에도 이상이 생긴다면
아웃라인·임베딩을 제대로 걸었는데도 인쇄소에서 다시 연락이 오는 경우가 있다. 이때는 크게 두 갈래다. 하나는 색상 모드 문제로, 화면용 RGB로 작업한 파일을 그대로 넘기면 인쇄용 CMYK와 색감이 달라진다. 다른 하나는 재단선(블리드) 누락으로, 인쇄물 가장자리까지 색이 닿아야 하는 경우 재단선을 3mm 정도 여유 있게 잡지 않으면 흰 여백이 생긴다.
폰트 아웃라인은 이 두 문제를 해결해주지 않는다. 각각 색상 모드 변환과 블리드 설정이 별도로 필요하다. 처음 인쇄 의뢰를 할 때 인쇄소 요건 파일(사양서)을 먼저 받아두는 게 수정 왕복을 줄이는 가장 빠른 방법이다.
한 번 해보면 흐름이 잡힌다
솔직히 첫 인쇄 의뢰는 모르는 게 너무 많아서 겁부터 난다. 아웃라인이 뭔지, 어떤 폰트가 되고 안 되는지, 파일을 어떤 형식으로 넘겨야 하는지. 근데 한 번 해보고 나면 순서가 몸에 밴다. 사용 범위 확인(작업 전) → 아웃라인·임베딩 처리(작업 중) → PDF 글꼴 탭 점검(파일 전송 직전), 이 세 박자만 익숙해지면 인쇄소 연락을 기다리는 긴장감은 꽤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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