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트 저작권 경고장, 실제로 어떤 상황에서 날아오는지 역산해봤습니다

폰트 관련 글을 찾아보면 하나같이 "상업용은 꼭 확인하세요"로 끝난다. 틀린 말은 아닌데, 막상 내가 쓰는 폰트가 위험한지 아닌지를 판단하기엔 너무 뭉뚱그려져 있다.
그래서 방향을 바꿔봤다. 경고장이 실제로 날아온 분쟁 사례 유형을 먼저 들여다보고, 거기서 역산해서 "어떤 행위가 진짜 위험한지"를 정리했다. 경고장 받고 나서 어떻게 대응하는지가 아니라, 그 상황 자체를 만들지 않는 게 목적이다.
경고장이 날아온 건 대부분 이 세 가지 상황이었다
법률 자문 사례와 공개된 분쟁 사례들을 모아보면, 폰트 저작권 내용증명이 실제로 발송된 상황은 크게 세 유형으로 정리된다.
첫 번째 — 유료 폰트 파일을 서버에 직접 올린 경우
홈페이지를 만들면서 유료 폰트의 .ttf나 .woff 파일을 서버에 업로드하고, @font-face로 불러 쓴 경우다. 한국 저작권법상 글자체 디자인 자체는 저작물로 보호받지 않는다. 그런데 폰트 파일은 다르다. 폰트 파일은 프로그램 저작물로 보호 대상이다. 서버에 올리는 순간 무단 복제·배포가 성립한다. 폰트사들이 웹 크롤링으로 임베딩 여부를 추적한다는 점에서 노출 위험도 높다.
두 번째 — 외주 디자이너가 개인 라이선스 폰트를 납품물에 쓴 경우
프리랜서 디자이너가 자신이 개인용으로 구매한 폰트를 고객사 홍보물이나 쇼핑몰 배너에 쓴 경우다. 이때 1차 책임은 외주사에 있지만, 그 결과물을 실제로 사용한 의뢰인(원청 사업자)도 민사 손해배상 청구를 받을 수 있다. 간판 제작을 맡겼다가 원청 사업자에게 직접 내용증명이 온 사례도 공개된 바 있다.
세 번째가 사실 가장 억울한 케이스다.
포털에서 "무료 폰트 모음"을 검색해 나온 블로그 글에서 파일을 받았고, 당연히 공짜인 줄 알았다. 근데 알고 보면 그게 원저작권자 허락 없이 누군가 올린 불법 복제본인 경우가 있다. 내가 돈을 안 낸 게 문제가 아니라, 파일 자체의 출처가 불법이었던 것. 오픈넷이 공개한 사례 분석에서도 이 유형이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몰랐다"는 게 면책 사유가 되지 않는 게 현실이다.
같은 '공짜'인데 허용 범위가 완전히 달라서 걸린다
폰트 라이선스는 크게 네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분쟁 사례를 역으로 추적해보면, 경고장을 받은 사람 상당수가 "어차피 무료니까"라고 판단했던 공통점이 있다. 표현은 같아도 허용 범위가 전혀 다른 것이 문제였다.
| 라이선스 유형 | 상업적 이용 | 웹임베딩(@font-face) | 수정·재배포 | 단독 판매 |
|---|---|---|---|---|
| 유료 폰트 (개인용 라이선스) | 불가(비영리만) | 불가 | 불가 | 불가 |
| OFL (오픈 폰트 라이선스) | 가능 | 가능 | 가능(OFL 유지 필수) | 불가 |
| 공공누리 1유형 | 가능 | 가능 | 가능 | 약관 확인 필요 |
| 공공누리 2·4유형 | 불가(별도 허락 필요) | 상업용 불가 | 유형별 다름 | 불가 |
| 자체 무료 배포 (개별 약관) | 약관마다 다름 | 약관마다 다름 | 대부분 불가 | 불가 |
OFL(SIL Open Font License)은 가장 자유도가 높다. 상업적 이용·웹임베딩·수정 후 재배포가 모두 가능하다. 단, OFL 폰트를 수정해서 만든 파생 폰트를 단독으로 판매하는 건 금지다. 원폰트가 "예약된 글꼴 이름(Reserved Font Name)"을 지정한 경우, 수정 버전에 그 이름을 그대로 붙일 수도 없다. 이 조건들은 SIL International이 공개한 OFL 원문에 명시되어 있다.
공공누리 글꼴은 유형에 따라 갈린다. 1유형은 출처 표시만 하면 상업적 이용과 임베딩 모두 가능하다. 하지만 2유형·4유형은 상업적 이용이 원칙적으로 안 되고, 영리 목적 웹사이트에 임베딩하려면 별도의 이용허락이 필요하다.
자체 무료 배포 폰트는 기업이 홍보 목적으로 공개한 경우가 많은데, 약관이 제각각이다. 반드시 원 배포처의 사용 범위 안내를 직접 읽어야 한다. 경고장을 받은 뒤 역산해보면 "공짜로 받았다"는 사실이 면책이 된 경우는 없다 — 중요한 건 출처와 허용 범위였다.
분쟁 사례를 역산하면 공통 장면이 보인다
유튜브 썸네일 작업하면서 "이 폰트 예쁘다" 싶어서 다운받아 쓴 게 있다면, 아래 목록이랑 한 번 대조해보자. 경고장이 날아온 실제 사례들을 거꾸로 따라가면, 출발점은 대부분 아래 여섯 장면 중 하나였다.
⚠️ 이런 상황은 실제로 걸릴 수 있다
- ☐ 유료 폰트 파일을 서버에 업로드하고
@font-face로 웹사이트에 적용했다 - ☐ 회사 컴퓨터에 설치된 유료 폰트를 외주 디자이너에게 넘겨 납품물에 쓰게 했다
- ☐ 프리랜서 디자이너로서 개인 구매 폰트를 고객사 결과물에 사용했다
- ☐ 출처 확인 없이 "무료 폰트"로 올라온 파일을 다운받아 상업물에 사용했다
- ☐ 개인용(비영리) 조건의 무료 폰트를 광고 배너·유튜브 썸네일·영상 자막에 사용했다
- ☐ OFL 폰트를 수정한 뒤 새 이름을 붙여 단독으로 판매했다
✅ 이런 상황은 일반적으로 문제없다
- ☐ OFL 폰트를 그대로(또는 OFL 조건을 유지하며 수정해) 상업물에 사용한다
- ☐ 공공누리 1유형 폰트를 출처 표시 후 상업용 웹사이트에 임베딩한다
- ☐ 유료 폰트를 기업 라이선스(웹서버 배포 허용 범위) 구매 후 사용한다
- ☐ 폰트 파일 없이 완성된 이미지·PDF에 해당 글자체가 보이는 것 (폰트 파일 자체의 복제·배포가 없는 경우)
한 가지 중요한 법적 판단을 짚고 넘어가자. 대법원 판례상 글자체 디자인 자체는 저작물이 아니다. 그래서 어떤 폰트로 만든 이미지나 출판물을 그냥 보는 것만으로는 저작권 침해가 성립하지 않는다. 폰트 파일을 무단으로 복제하거나 서버에 올리는 행위가 침해의 핵심이다. 역으로 말하면, 경고장이 날아오는 시작점은 항상 "파일"이다 — 디자인이 아니라.
경고장보다 먼저 와야 할 5분짜리 확인
폰트 라이선스를 확인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원 배포처의 공식 약관을 읽는 거다. 그런데 분쟁 사례에서 역산해보면, 대부분의 경우 이 확인을 "귀찮아서" 건너뛴 것이 발단이었다. 폰트마다 배포처가 다르고, 약관 형식도 제각각이라 매번 꼼꼼히 읽기가 생각보다 번거롭다는 것도 사실이다.
폰트비(fontbee.waffle-gl.org)에서는 각 폰트 상세 페이지(/fonts/)에서 사용 범위를 항목별로 정리해서 보여준다. 인쇄물·웹사이트·영상·포장지·임베딩·BI/CI·OFL 적용 여부가 한눈에 표시되어 있어서, 내가 쓰려는 용도에 해당 폰트를 써도 되는지를 빠르게 확인할 수 있다. 라이선스 원문 안내와 공식 다운로드 페이지 링크도 함께 있다.
폰트를 찾을 때 검색(/search)이나 AI 폰트 찾기(/find)를 먼저 쓰고, 마음에 드는 폰트가 생기면 상세 페이지의 사용 범위 항목을 꼭 확인해보자. 라이선스 원문은 제작사 공식 배포처에서 최종 확인해야 하지만, 폰트를 추릴 때 1차 필터 역할을 충분히 해준다.
이미 경고장이 왔다면, 역산이 다시 필요하다
폰트 저작권 내용증명을 받았다고 해서 무조건 합의금을 내야 하는 건 아니다. 먼저 해야 할 일은 같다 — 내가 실제로 어떤 파일을, 어디서, 어떻게 썼는지 역산해보는 것. 오픈넷이 실제 사례를 분석한 결과, 내용증명을 받은 후 적극적으로 대응했을 때 대부분의 경우 소제기로 이어지지 않았다.
폰트사 측에서 저작권 침해를 주장하려면 내가 해당 폰트 파일을 실제로 무단 다운로드·설치·서버 업로드했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 입증 책임은 청구하는 쪽에 있다. 출처가 명확하고 라이선스 범위 안에서 쓴 게 확인된다면, 당황하지 말고 그 근거를 정리해서 대응하면 된다.
단, 이 글은 법률 자문이 아니다. 상황에 따라 민사 책임이 생길 수 있고, 구체적인 분쟁에선 전문 변호사의 조언을 받는 게 맞다.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이 하나 있다. 내가 현재 쓰고 있는 폰트 중 출처가 흐릿한 것을 하나만 꺼내서, 그 폰트 이름으로 원 배포처를 직접 찾아보는 것. 경고장이 날아온 뒤에 "몰랐어요"를 설명하는 것보다, 지금 5분이 훨씬 낫다.
참고자료
- SIL 오픈 폰트 라이선스(OFL) 원문 (scripts.sil.org/OFL)
- 오픈넷 폰트 저작권 합의금 대응 안내문 (openne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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