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일 보내고 폰트 바뀌었다는 연락 받아본 사람

작업을 마무리하고 파일을 보냈는데 다음날 "폰트가 다 바뀌었어요"라는 메시지가 온다. 내 화면에서는 멀쩡한데. 그 순간의 당혹감은 한 번이라도 겪어본 사람은 안다.
더 난감한 건 이미 임베딩 옵션을 켜놨는데도 바뀌었다는 경우다. "설정은 다 했는데요" — 그럼에도 폰트가 빠지는 건, 옵션 문제가 아니라 옵션 아래에 숨어 있는 두 가지 구조적 제약 때문이다. 연락을 거꾸로 추적하면 막힌 지점이 보인다.
임베딩을 켜도 폰트가 빠지는 진짜 이유
PowerPoint 기준으로 설명하면 가장 명확하다. 파일 → 옵션 → 저장에서 '파일에 글꼴 포함'을 체크한다. 옵션은 켜져 있다. 그런데 상대방 화면에서 폰트가 바뀐다.
이 상황을 역추적하면 막힌 지점이 둘 중 하나다.
OTF PostScript 제약. '사용된 문자만 포함' 옵션으로는 OTF 폰트가 저장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OTF를 포함하려면 반드시 '모든 문자 포함'을 선택해야 한다. 여기서 한 번 더 막히는 경우도 있다. Adobe PostScript 기반 OTF 폰트는 '모든 문자 포함'으로 설정해도 임베딩이 안 된다. PowerPoint의 기술적 한계라 옵션으로 해결이 안 된다.
라이선스 비트 제한. 폰트 파일 내부에는 임베딩 허용 여부를 기록하는 비트가 있다. 상용 폰트 중 일부는 이 비트를 'no embedding'으로 설정해 배포한다. PowerPoint는 이 제한을 우회하지 못하고 해당 폰트를 포함에서 제외한다. 사용자는 옵션을 켰다고 생각하지만 파일 안에는 폰트가 없는 상태다.
이 두 원인은 PPT에만 해당되지 않는다. PDF, Word의 PDF 내보내기도 같은 라이선스 비트를 확인하고 허용되지 않은 폰트는 걸러낸다. 어떤 도구를 쓰든, 폰트 자체에 임베딩 제한이 걸려 있으면 옵션은 무력하다.
Word에서 PDF로 보낼 때 경로가 나뉜다
Word 파일(.docx)로 보낼 때는 파일 → 옵션 → 저장의 '파일에 글꼴 포함' 옵션이면 충분하다. 문제는 Word에서 PDF로 변환하는 순간 경로가 갈린다.
'다른 이름으로 저장 → PDF'를 택하면 폰트 벡터 데이터가 PDF에 직접 포함된다. 반면 '인쇄 → Print to PDF'는 가상 프린터를 통해 출력물을 캡처하는 방식이라, 폰트가 래스터 이미지로 변환될 수 있다. 텍스트가 픽셀 이미지로 바뀌어 흐릿해지거나 다른 글꼴처럼 보이는 게 이 경로에서 나온다.
받는 쪽이 파일을 수정할 가능성이 있다면 PPT에서도 '사용된 문자만 포함'보다 '모든 문자 포함'을 쓰는 게 낫다. 전자는 용량이 작지만, 받는 사람이 새 글자를 입력하면 포함되지 않은 문자에 대체 폰트가 들어간다.
PDF는 포함됐는지 직접 확인해야 한다
PDF 뷰어는 없는 폰트를 유사한 대체 폰트로 자동 렌더링한다. 뷰어에 따라 어떤 폰트가 빠졌는지 표시해주기도 하고, 아무 안내 없이 그냥 바꿔 보여주기도 한다.
Acrobat에서 파일 → 속성 → 글꼴 탭을 열면 포함 여부가 보인다. '포함됨'이 뜨면 정상, 아무 표시가 없으면 임베딩되지 않은 것이다. 보내기 전 30초만 여기서 확인해도 나중에 연락을 받는 상황을 막을 수 있다. 😌
어떤 폰트가 임베딩을 허용하는지 미리 파악하고 싶다면 폰트비 폰트 상세 페이지의 사용 범위 항목을 보면 된다. 인쇄·웹·임베딩 허용 여부가 표시되어 있어서, 파일 공유 전에 라이선스 제한이 있는 폰트인지 가늠할 수 있다.
Figma는 폰트가 없는 게 아니라 환경 문제다
Figma에서 "폰트를 찾을 수 없음"이 뜨는 건 PPT, Word와 구조가 다르다. Figma는 파일에 폰트를 저장하지 않는다. 대신 각 작업자의 컴퓨터에 설치된 로컬 폰트를 그때그때 읽어온다.
데스크탑 앱은 폰트 헬퍼가 기본 내장되어 있어 로컬 폰트에 직접 접근할 수 있다. 웹 브라우저 버전은 보안 구조상 운영체제 폰트 디렉터리를 직접 읽지 못하고, 'Figma Font Helper'(FigmaAgent)를 별도로 설치해야 로컬 폰트가 보인다. Chromebook·Linux 환경에서는 웹 버전 자체가 로컬 폰트를 지원하지 않아, 구글 폰트 같은 Figma 내장 폰트만 쓸 수 있다.
공유 링크를 보낼 때 상대가 어떤 환경인지 모른다면, 사용한 폰트 목록을 함께 알려주거나 구글 폰트 계열로 교체해 두는 게 현실적인 방법이다.
역순으로 추적하면 막힌 지점이 보인다
"폰트 바뀌었어요" 연락을 받은 시점에서 거꾸로 올라가면 끊긴 고리가 하나씩 나온다.
먼저 쓴 폰트의 라이선스부터 확인한다. 라이선스 비트가 'no embedding'으로 설정된 폰트라면 어떤 옵션을 켜도 포함되지 않는다. 이걸 모르고 설정을 아무리 바꿔봐야 같은 결과가 나온다.
라이선스가 문제없다면 파일 형식과 내보내기 경로를 본다. PPT·Word 파일이라면 '파일에 글꼴 포함'이 켜져 있는지, OTF라면 '모든 문자 포함'으로 설정됐는지 확인한다. PDF로 변환했다면 인쇄 경로가 아닌 '다른 이름으로 저장 → PDF' 경로를 썼는지 짚는다.
마지막으로 받는 쪽 환경이다. Figma라면 상대가 데스크탑 앱인지 웹 버전인지 확인하고, 웹 버전이라면 Font Helper 설치 여부까지 짚어준다.
이 순서대로 따라가면 대부분 어디서 끊겼는지 보인다. 끊긴 지점의 절반 이상은 폰트의 라이선스 비트, 즉 파일을 보내기 훨씬 전에 이미 결정이 난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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